본문 바로가기
알면좋은것들

친구는 몇 명이면 충분한가?

by moonnnnnight 2025. 5. 1.
반응형

 

현대인의 고독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


1. 우리는 왜 외로울까?
2025년,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고, SNS에서는 친구 수가 500명이 넘는 것이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고독하다'고 말한다. 수십 개의 단톡방에 속해 있으면서도 정작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느낀다.

우리는 진짜 친구가 몇 명이면 충분한지를 고민하기보다, “왜 나는 이토록 외로울까?”라는 질문에 더 가까운 세상을 살고 있다.

2. 관계의 과잉, 그리고 피로
“요즘 인간관계가 너무 피곤해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SNS의 등장으로 관계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관계의 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친구 목록은 늘어나지만, 진짜 친구는 점점 줄어드는 현상. 이것은 단순한 시대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친구'에 대한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고대에는 우정을 어떻게 보았을까?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던 시절, 사람들은 친구란 존재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3.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 3단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우정(philia)’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쾌락에 기초한 우정
→ 함께 있을 때 즐겁고 유쾌해서 맺는 관계. 친구가 아니라 ‘놀 친구’나 ‘술친구’에 가까운 유형.

이익에 기초한 우정
→ 비즈니스 파트너, 동아리, 협력자 등 상호 이익을 위해 맺는 관계. 유익할 때는 가까워지지만, 그 목적이 사라지면 멀어진다.

선(善)을 위한 우정
→ 서로의 인격과 가치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관계. ‘있는 그대로의 너’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우정.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우정이 가장 고귀하며 오래 지속된다고 보았다.

이 고전적인 분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맺는 관계 대부분은 1번과 2번, 즉 쾌락과 이익 중심의 우정이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3번’ 같은 진짜 우정을 갈망한다. 이 괴리감이 고독의 실체다.

4. SNS 친구 300명, 진짜 친구는 몇 명?
2010년대 이후 심리학자들은 SNS 시대의 인간관계를 연구하면서 재미있는 통계를 하나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깊은 신뢰를 주고받는 친구가 3~5명을 넘지 않는다.”
SNS 친구 수는 500명이 넘을 수 있지만, 실제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이 현상은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더바(Dunbar)가 주장한 ‘더바의 수(Dunbar’s number)’와도 관련이 있다.

더바의 수란?
인간이 실제로 친밀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는 평균 150명 정도라는 이론. 이 중에서도 정말 가까운 친구는 약 5명, 그보다 약간 덜 가까운 친구는 10~15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결국,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인간 본성상 ‘깊은 유대’를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아주 소수라는 것이다.

5.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현대인은 모순적이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느낀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며, 우정은 인간다움을 이루는 핵심적인 감정 중 하나다. 그런데 이 핵심적인 감정이 ‘관계 피로’라는 이름으로 고통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공동체를 이루는 본질”이라고 보았다. 그에게 우정은 정치보다, 경제보다, 지식보다도 더 중요한 삶의 기초였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왜 이 소중한 우정을 제대로 맺기 어려운 걸까?

6. 친구란 결국, ‘나를 보는 또 다른 나’
“친구란 하나의 영혼이 두 개의 몸에 깃든 것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말이다. 우정은 단순히 ‘같이 노는 사이’가 아니다. 나의 기쁨과 슬픔을 진심으로 함께해 줄 수 있는 존재,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역시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 그게 친구다.

그렇다면 친구는 몇 명이면 충분할까?
그 질문의 답은 아마 이럴 것이다.

“진짜 친구라면, 단 한 명이라도 충분하다.”
“그 한 명이 없다면, 백 명이 있어도 외롭다.”

7. 맺음말 ― ‘덜 외롭고, 더 따뜻한’ 관계를 위하여
이제 우리는 친구의 숫자를 늘리는 데 집착하기보다,
**‘한 사람과 깊이 있게 연결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누군가와 눈을 맞추며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오늘을 버티게 하고,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반응형